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ChatGPT 같은 생성형 AI는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은 AI를 활용해 채용과 고객 서비스를 진행하며, 일부 국가는 안면 인식 AI로 치안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우리는 과연 윤리적인 기준과 감시 체계를 충분히 갖추고 있을까?
AI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AI가 편견을 학습했다면 그것도 기술의 책임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AI 학습에 사용되고 있다면? 같은 질문은 이제 기술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AI 윤리가 왜 중요한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실제 사례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준과 노력이 필요한지 세 가지로 나누어 자세히 알아보자.
1. 왜 AI 윤리가 중요한가?
AI는 점점 더 많은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AI가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사람이 만든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수록, 그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채용 알고리즘이다. 실제로 2018년, 아마존은 자사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 지원자를 불리하게 평가한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시스템을 폐기한 바 있다. 이 AI는 과거 10년간 아마존이 채용한 인재 데이터를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자체가 남성 중심이었기 때문에 여성을 차별적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범죄 예측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AI 알고리즘이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해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 사용됐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이 흑인 피고인을 더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됐다.
이런 사례들은 단지 AI가 실수했다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우리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윤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왜냐하면 AI는 인간처럼 도덕적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과 통제가 필요하다.
2.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AI 윤리의 쟁점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윤리적 쟁점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데이터 편향과 차별
AI는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한다. 따라서 그 데이터에 포함된 편견과 차별 역시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를 들어,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등장시키는 뉴스 기사, 특정 인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SNS 게시글, 젠더 고정관념이 담긴 영화 대사 등은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보로 흘러 들어간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편향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데 있다. AI는 수천만 개의 문장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사람은 결과만 보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 이를 블랙박스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AI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 다양성, 편향성 여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하며, 사용자 역시 AI가 만든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2)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
AI가 똑똑해지려면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그 데이터 중에는 종종 사용자의 검색 기록, 음성, 영상, 위치, 이미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기도 한다.
특히 얼굴 인식 AI는 범죄 예방, 출입 관리, 마케팅 등에 활용되지만, 개인의 동의 없이 얼굴이 수집되고 분석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생성형 AI는 인터넷상의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학습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와 동의 없는 정보 수집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의 글이 무단으로 학습되어 AI가 유사한 문장을 생성했다면, 그것은 창작일까? 도용일까?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양한 국가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3) 책임 소재 불명확
AI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할까? 개발자? 사용자? 플랫폼?
앞서 소개한 사례들처럼, AI가 편향된 판단을 내리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때 이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이러한 문제는 자율주행차에서도 자주 논의된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그 책임은 차를 만든 회사인가, 알고리즘을 개발한 엔지니어인가, 아니면 탑승자 본인인가?
지금처럼 AI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시대에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과 윤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개인에게 돌아가고, 책임은 공중에 뜨게 된다.
3.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 윤리를 단순히 기술 개발자만의 과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AI가 추천한 뉴스를 읽고, AI가 쓴 문장을 복사하고, AI가 고른 광고를 클릭하며 살아가고 있다.
즉, 모든 사용자가 AI 시대의 윤리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1) 사용자도 윤리적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AI가 말하는 모든 정보를 그대로 믿지 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때때로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다.
ChatGPT 같은 생성형 AI도 간혹 그럴듯한 거짓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그 결과를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2) 기업과 개발자는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AI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 AI는 편향 가능성이 있다, 이 추천 시스템은 구매 이력에 기반했다 등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3) 정부와 사회는 제도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윤리는 기술보다 느리지만,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된다. AI와 관련된 법, 제도,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기술 기업과 협력해 국제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AI 법안을 통과시키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예고했다. 한국도 이에 맞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AI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을 진행 중이다.
마무리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AI는 분명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기술이라 해도, 그 안에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해치는 요소가 들어있다면 그것은 위험한 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기술을 설계하는 만큼, 기술도 우리 사회를 다시 설계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AI를 얼마나 잘 만들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AI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윤리는 기술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세워주는 역할이다.
AI 시대, 우리는 기술보다 윤리를 먼저 고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