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지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도화된 AI 기술은 이제 우주과학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상상하던 미지의 세계 탐사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여정에 결정적인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AI가 천체 탐사, 외계 생명체 탐색, 그리고 자율 우주 탐사 시스템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우주과학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도 함께 탐구한다.
1. AI가 바꿔놓은 천체 탐사 빅데이터 속 숨겨진 행성을 찾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 이상의 별과 행성이 존재하며 이 중 일부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주목할 만한’ 천체를 선별하고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여기서 AI의 강력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빛을 발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천문학적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의 머신러닝 팀이 만든 신경망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데이터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천문학자의 분석 능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상징적 사례다.
이러한 AI 모델은 단순히 행성을 식별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AI는 트랜싯 방식으로 관측된 밝기 곡선을 학습하여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미세한 빛의 변화를 고도로 정밀하게 감지한다. 또한 노이즈나 오차가 많은 데이터 속에서도 패턴을 추출하고 예측함으로써 수많은 오탐지를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는 케플러 외에도 TESS,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분석에 AI가 널리 도입되고 있으며 AI는 천체 탐사의 새로운 눈이자 뇌로서 활약 중이다.
2. 외계 생명체 탐색에 활용되는 AI 신호 속 ‘생명’의 흔적을 읽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오랫동안 인류의 궁금증을 자극해온 미스터리다. SETI(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와 같은 글로벌 연구기관은 수십 년 동안 외계 문명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전파 신호를 포착하려 노력해왔지만 진짜 생명의 징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AI는 이 오래된 과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먼저 AI는 천문관측소에서 수신한 고주파 신호의 패턴을 분석하고 분류하여 기존 방법으로는 놓칠 수 있는 복잡한 신호를 감지해낸다. 실제로 2023년 UC 버클리 연구팀은 AI 기반 딥러닝 모델을 통해 SETI 데이터를 재분석해 8개의 새로운 ‘이상 신호’를 발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인간이 구분하기 어려운 신호 패턴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AI는 단지 신호만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과 지질학적 조건을 시뮬레이션하여 생명체가 존재할 법한 환경을 예측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외계 행성의 대기 중 메탄, 산소, 이산화탄소, 수증기의 비율을 분석해 생명 활동의 증거를 찾는 것이 대표적인 활용이다. 이러한 분석은 지구 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AI는 다양한 외계 환경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우주생물학적 연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명의 흔적을 찾는 차원을 넘어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기술적으로 확장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3. 자율 우주 탐사의 시작 AI와 로봇이 개척하는 심우주의 길
지금까지의 우주 탐사는 지구에서 발사된 로봇이나 탐사선이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AI의 발전은 우주 탐사 방법 자체를 혁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고 이동하는 자율적 탐사 로봇을 통해 더 깊은 우주를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NASA의 퍼서비어런스로버다. 이 로버는 화성 지형을 스스로 분석하여 이동 경로를 결정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과학적 가치가 있는 암석을 선별해 시료를 채취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Autonav’라는 이름의 AI 기반 자율 주행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화성 탐사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도 복잡한 지형을 빠르게 탐사할 수 있다.
AI는 단순히 이동만 자율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선 내부의 에너지 효율 최적화, 시스템 고장 예측, 심지어 우주비행사의 건강 모니터링에도 응용되고 있다. IBM의 왓슨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AI 기반 조종사가 우주선 항법 전체를 담당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미래의 AI는 먼 거리의 위성 간 통신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완전 자율 AI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인류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태양계 외곽, 심지어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은 근지구 외계계까지도 탐사가 가능해질 것이다.
맺으며
AI는 우주과학이라는 가장 광대한 탐사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오직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외계 생명체 탐색과 심우주 자율 탐사는 이제 AI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기술력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AI는 이제 우주탐사의 선봉장이자 공동 연구자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여정에서 AI가 어떤 길을 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여정이 더 정밀하고 더 깊고 더 멀리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