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그 근본적인 방법론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 기반 백신과 치료제 분야에서는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항원을 정밀하게 설계하며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하는 전 과정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가 생명과학 및 의약학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4개의 핵심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1. 단백질 구조 예측 AI의 시작점
AI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에서 출발한다. 단백질은 우리 몸과 병원체의 생명활동을 주도하는 기본 단위로 그 기능은 아미노산 배열과 이에 따라 형성되는 입체적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전통적으로 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X선 결정학, 핵자기 공명(NMR), 전자현미경 등의 복잡하고 고비용 실험이 필요했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2020년 딥마인드의 AlphaFold는 생물학계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인공지능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으로도 고정밀 3차원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후 AlphaFold2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단백질 구조를 거의 실시간으로 예측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게 했다. 이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엄청난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제로 백신 후보 물질 도출을 빠르게 가능케 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기술은 단백질 기반 바이러스 감염병뿐만 아니라 암, 희귀 유전병,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표적 단백질 구조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AlphaFold의 오픈소스 버전을 기반으로 한 파생 연구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바이오 스타트업과 대형 제약사들 또한 자체 모델을 개발해 경쟁 중이다. 이는 AI가 생명과학의 기본 툴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2. 항원 설계의 정밀화 AI와 면역학의 결합
AI는 단백질 구조 예측에 그치지 않고 백신의 핵심인 항원 설계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항원은 병원체의 특정 부분으로 우리 몸의 면역계가 인식해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표적이다. 효과적인 백신은 병원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AI는 방대한 바이러스 유전체와 면역학 데이터를 학습해 어떤 부위가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면역원성이 높고 돌연변이에도 안정적인 항원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특히 생성형 AI나 트랜스포머 모델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항원 구조를 설계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AI 기반 항원 설계는 기존 백신보다 더 높은 효과와 안정성을 제공하며 맞춤형 백신, 암 백신 같은 정밀 면역학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AI는 환자의 면역세포 반응 예측 사이토카인 분비 양상 시뮬레이션 부작용 발생 확률 추정 등 정밀 면역 반응 설계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임상시험 이전 단계에서 많은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 기술이 통합된 백신 설계 플랫폼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빠른 항원 후보 도출을 가능하게 하며, 변이 가능성까지 예측하여 더 오래 지속되는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한 시간 단축을 넘어 백신 개발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3. 치료제 후보물질의 발굴과 최적화
신약 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며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AI는 이 과정을 효율화하고 단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초기 단계에서 AI는 분자 수준에서 타겟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수많은 화합물을 가상 스크리닝으로 탐색한다. 그래프 신경망, 딥러닝, 강화학습 모델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분자 구조까지 새롭게 제안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혁신 신약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AI는 약물의 흡수, 대사, 독성 등 예측을 통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사전에 걸러낸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임상시험 단계를 줄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기반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으며 AI가 제안한 화합물이 실제 임상 단계에 진입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AI는 약물 재창출에도 유용하다. 기존에 승인된 약물의 작용 기전을 분석하고 새로운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이 방식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AI는 특히 팬데믹과 같은 급속한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했을 때 AI는 유전체 분석부터 항원 설계, 백신 후보물질 도출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수년 걸리던 백신 개발 시간을 몇 주 혹은 몇 달 수준으로 단축시킨다.
뿐만 아니라 AI는 전 세계 감염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확산 추세를 예측하고 위험 지역을 선별하며, 예방접종 전략 수립에도 기여한다. 나아가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면역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백신 조합이나 치료법을 제안하는 정밀의료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향후에는 AI가 병원 내 진단 시스템과 연동되어 감염병 유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약물과 용량을 조정하는 스마트 치료 시스템도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보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적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