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시를 쓰고 영상까지 제작한다.
몇 번의 클릭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글, 음악이 전문가 수준에 근접하면서 사람들은 이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이건 누가 만든 걸까? 그리고 저작권은 누구의 것일까?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는 당연히 창작자의 권리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콘텐츠에도 그런 권리를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인정한다면 그 권리는 AI에게 귀속되는 걸까 아니면 AI를 활용한 사람에게 귀속되는 걸까?
이 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법적 윤리적 쟁점과 실제 사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1. AI가 만든 콘텐츠 저작권의 공백지대
먼저 저작권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저작권은 창작자가 만든 창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 권리로 저작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타인은 이를 복제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창작자라는 개념이다. 현행 대부분 국가의 저작권법은 자연인(사람)만을 저작자로 인정하고 있다. 즉 어떤 창작물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사람이 창작했다는 조건이 전제되는 것이다.
하지만 AI가 만든 콘텐츠는 다르다.
AI는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거나 창의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조합하고 알고리즘을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법 체계에서는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AI가 혼자 만든 시, 그림, 음악은 법적으로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무저작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은 어떨까?
이 질문이 바로 오늘날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2. AI와 저작권을 둘러싼 실제 사례들
1) AI가 만든 이미지 사람의 작품일까?
2022년 미국에서 열린 한 미술 공모전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생성형 AI로 만든 그림이 심사를 통과해 수상한 것이다. 작품은 굉장히 정교하고 예술적이었으며 심사위원들도 그 퀄리티에 감탄했다. 하지만 작품이 AI로 생성된 것이 밝혀지자 논란이 일었다. 이건 진짜 창작이라고 할 수 있나? AI 프로그램을 쓴 건 도구일 뿐이니 사람이 만든 거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실제로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내가 프롬프트(명령어)를 설계하고 수십 번 수정하면서 만든 결과물이다. 단순히 버튼 하나 누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는 AI는 도구일 뿐 결국 사람의 의도와 판단이 들어갔기 때문에 저작권은 사람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측은 그렇다면 포토샵 필터 몇 번 누르고 만든 이미지도 창작물인가? AI가 주도적으로 만든 결과물에 사람이 관여한 정도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사례는 법적으로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 저작권청은 AI 생성물이 인간의 창작성이 전제되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 학습 데이터 논쟁 AI는 누구의 작품을 배웠나?
AI가 만든 콘텐츠의 또 다른 문제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다.
예를 들어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학습했는데 이 중에는 저작권이 있는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즉 어떤 화가의 그림 스타일을 학습한 후 그와 매우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이건 새로운 창작인가 아니면 변형된 복제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은 2023년 이미지 생성 AI 기업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가 창작한 그림이 동의 없이 학습에 사용됐고 그로 인해 AI가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AI의 학습 과정 자체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생성 콘텐츠의 권리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3) 한국과 해외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까?
현재 한국은 AI 저작물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가 만든 결과물은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며 일본은 AI 학습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지만 생성된 결과물에 대해선 여전히 사람의 창작성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요약하자면 AI가 만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무저작물이다. 사람이 일부 기여했을 경우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학습 데이터 자체에 대한 법적 분쟁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3. 우리는 어떤 기준과 방향을 마련해야 할까?
AI와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소유권 다툼이 아니다.
이것은 곧 창작의 정의를 새롭게 써야 하는 문제이며, 기술 발전과 법적 기준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1) ‘도구 vs 창작자’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포토샵, 워드프로세서, 미디툴처럼 AI를 도구로만 사용했을 경우,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어야 한다.
하지만 AI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사람이 실질적으로 창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물은 법적으로 무저작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는 프롬프트의 복잡도, 인간의 개입 정도, 수정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창작성이 얼마나 개입되었는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2) 학습 데이터의 윤리적 기준도 중요하다
AI는 학습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학습 데이터의 출처, 동의 여부, 상업적 이용 가능성 등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동의 없이 학습에 사용하는 것 금지 비상업적 용도로만 학습 허용하거나 사용자에게 생성물의 학습 출처 표시하기.
이러한 장치를 통해 창작자와 AI 기업 간의 균형 있는 협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 기술의 발전보다 중요한 건 창작의 가치다
AI가 아무리 멋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도 우리가 그것에 감동하거나 의미를 느끼는 이유는 결국 그 안에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창작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진짜 창작이란 단지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AI와 인간의 창작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마무리 창작의 미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AI는 분명히 놀라운 창작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질문은 단순히 누구의 권리인가?를 넘어서 무엇이 창작인가? 어떤 방식의 창작이 가치를 가지는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다. 앞으로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AI는 더 자연스럽게 사람처럼 창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인간의 역할과 권리, 감성,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는 단순히 법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의 예술, 교육, 미디어, 비즈니스 전반을 좌우할 핵심 주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